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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렇게 막 빨아줘도, 아무렇지 않은가 봐요." 뻔히 그렇지 않은 줄 알면서, 그렇게 말했다. 이주연은 저 잘난 형을 흔들고 싶어졌다. 차가운 바닥에 꿇어 앉아 가족같이 친했던 동생 좆 빨아주고 정액까지 받아먹은 주제에, 여전히 똑바로 눈을 마주한 저 꼿꼿함을 부러트리고 싶어졌다. 팔을 잡아 강제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장시간 접혔던 다리가 저릿저릿해 재현은 잠시 부축한 주연에 몸을 기댔다. 아무한테도 말 안해요. 담담하게 뱉어낸 그 한 마디가 참 쉬웠다. 그 쉬운 걸 이주연은 어렵게 말했다. 앞으로도 형이 잘 하면요. 어깨를 감아쥔 손이 꽤 아팠다. 비틀린 걔 눈깔보고 이재현도 어렴풋이 알았다.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있을 거라는 거. 이주연이 이재현을 괴롭게 만들고, 찍어내리고 싶어한다는 것도. 형 기다리다가 안와서 다들 먼저 갔어요. 매니저 형한테 전화 와서 현재형 아픈 거 같다고, 제가 택시 타고 데리고 간다고 했구요. 술술 풀어내는 상황 설명에 재현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멘탈 다 털린 이재현에겐 대충 그런 연유로 이주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었습니다, 라는 걸 한번 더 설명하는 꼴 밖에 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내려가며 재현은 붙들려 있던 팔을 슬쩍 빼냈다. 주연은 삐그덕대며 거릴 두는 이재현을 깜빡깜빡 쳐다보기만 할 뿐, 다시 붙잡지는 않았다. "앞으로 그러지 마요." "뭐가." "아무나 막 만나고 다니지 말라고." "...무슨 상관." 어쨌거나 싫든 좋든 앞으로의 운명을 같이할 멤버였다. 무슨 상관이냐니, 진짜 몰라서 그러는 건가. 만날거면 소문 안나게 적당히 같은 업계 사람을 만나던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랑 질펀하게 원나잇 하고 온 걸 이주연이 좋게 볼 리 없었다. 이번엔 다른 쪽으로 열이 확 뻗친 이주연이 사납게 재현을 몰아붙이려 했다. 매끄러운 손이 꼬물꼬물 간지럽게 주연의 손을 뒤집었다. 이거 두고 갔더라. 이재현이 주머니에서 주연이 두고간 팔찌와 피어스를 주연의 손바닥에 올렸다. 잘 좀 챙겨. 부은 눈을 머쓱하게 비비적대며 이재현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주연은 잠깐 제 손바닥을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멤버들이 만들어준 비즈팔찌, 묘하게 비틀려 귀에 거슬리던 피어스. 손을 말아쥐고 눈을 피하는 이재현을 쳐다봤다. 문이 열리고도 내리지 않는 주연에 재현이 머뭇대며 주연을 살짝 밀치고 먼저 밖으로 빠져나갔다. 고마워요. 앞장 선 재현의 등 뒤에 대고 말했다. 이재현은 못 들은 척 빠르게 걸었다. 숨이 막혔다. 돌아오는 차에서 이재현은 이리저리 폰을 뒤적댔다. 멤버들과 매니저 형에게 온 부재중 전화를 슥슥 밀어 넘겼다. 결국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다. 이렇게 사이가 비틀려도 결국 같은 집으로 가야 한다는게 사실 제일 좆같았다. 이럴까봐 숨기려고 한건데. 그래서 참고 또 참고 꾹꾹 눌렀던 건데. 한숨이 푹푹 나왔다. 먼저 들어가. 이재현은 후드를 푹 뒤집어 쓰고 편의점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주연이 안 가고 그림자처럼 재현의 뒤에 따라 붙었다. 모르는 척 몇 발짝 걷다가 홱 뒤를 돌아봤다. 먼저 가라고. 이주연은 순진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편의점 가는 거 아니에요? 저도 가는건데. 할 말이 없어진 이재현은 일자로 입을 다물고 가던 길 갔다. 아무래도 계속 까끌까끌한 입 속에 달달한 거라도 잔뜩 물어야겠는데, 끝까지 이주연이 안떨어져 나갔다. 결국 나란히 들어 가야 속이 시원하겠냐. 또 한숨을 쉬었다. 저도 가는 거라던 이주연은 딱히 살 게 없어 보였다. 초콜릿과 카라멜을 손에 집히는 대로 쓸어담는 이재현 주윌 알짱대다가, 좁은 길목에서 방해가 되는 걸 저도 아는지 밖으로 나갔다. 바코드를 찍던 중 맑게 울리는 종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이주연이 원 플러스 원이라는 똑같은 아이스크림 두 개를 손가락에 팔랑팔랑 끼우고 돌아왔다. 야, 여기 놔. 같이 계산하게. 이주연 손에서 아이스크림을 빼앗아 계산대에 올렸다. 어... 고마워요, 형. 이재현은 멍청한 그 감사 인사에 실소가 터졌다. 아까는 좆 물리고 강제로 정액 쳐먹이던 새끼가, 이천 원 긁어 줬다고 고맙다고 했다.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먹어요. 처음부터 하나씩 나눠 먹을 생각이었는지 이주연이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습관적으로 고맙다고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오늘 하루 전부 고맙지 않은 것 투성이에, 어차피 내가 긁은 거란 게 생각났다. 카라멜을 우물거리던 입에 진한 초코 아이스크림을 밀어 넣었더니 땅 끝까지 파고 들어가던 우울감이 좀 가시는 것 같았다. 너덜너덜한 몸과 마음이 당에 절여졌다. 녹아서 줄줄 흐르는 걸 무심코 길게 혀로 핥아 올렸다가 괜히 찜찜하게 이주연 눈치를 봤다. 이주연은 멍하니 입에 제 아이스크림 물고 핸드폰 액정에 시선을 고정한 채였다. 이재현을 신경도 안쓰고 있다는 뜻이다. 씨발. 득득 이가 갈렸다. 왜, 뭐, 어쩌라고... 내가 이젠 이딴 것도 눈치를 봐야 돼? 어? 혼자서 급발진한 이재현은 일부러 보란 듯 녹아내린 아이스크림을 괜히 더 쪽쪽 빨아댔다. 츄르릅 소리도 났다. 얼굴이 붉어졌지만 신경쓰지 않는 척 했다. 그게 이재현 무덤을 팠다. 뭐야, 뭐, 또. 왜 그래 대체. 이주연이 갑작스럽게 상가 건물 뒤로 이재현을 확 잡아끌었다. 적당히 그늘지고, 흡연자들의 아지트 같은 곳.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이주연도 그러지 않았을 텐데, 불행하게도 마침 아무도 없었다. 담벼락에 붙어 이주연 팔에 콱 짓눌린 이재현이 놀라 토끼 눈을 떴다. 손가락 사이에 걸린 달다구리로 가득 찬 비닐 봉지가 바람에 팔락였다. 이주연이 아무런 망설임 없이 제 아이스크림을 바닥에 패대기 치더니 이재현 입에 물려 있던 아이스크림의 막대 끝을 쥐었다. "입 벌려 봐." 대뜸 그랬다. 그건 명백히 부탁이 아닌 명령조였다. 재현의 입술 틈이 살짝 벌어졌다. 막대를 쥔 손이 느리게 앞 뒤로 움직였다. 팔꿈치로 가슴팍을 콱 짓눌러두고 진득하게 이재현 얼굴을 관찰했다. 한 손으론 입에 물린 아이스크림을 슬슬 넣었다 빼길 반복했다. 이재현은 무력하게 걔 손이 움직일 때마다 춥춥 소릴 내면서 아이스크림을 빨았다. 야릇한 기분에 눈이 풀렸다. 주륵 흐르는 걸 급하게 혀를 빼서 핥았다. 빼꼼 내밀어진 혀로 시선이 떨어졌다가, 입술을 핥는 혀 끝을 따라 눈알이 굴러가고, 그 다음엔 파르르 떨리는 이재현 눈을 뚫어져라 봤다. 이주연 눈이 또 맛이 갈 것 같아 심장이 쿵쿵 뛰었다. 낫 써치 어 굿 보이, 알겠으니까 좀 꺼져줄래? 너 안 착한 거 알겠으니까, 제발, 제발요. 입술이라도 박은 것처럼 귀 끝에서 열이 펄펄 났다. 이주연을 팍 밀쳐낸 이재현이 입에 물려진 걸 이로 콰드득 씹어 넘겼다. 지나치게 차갑고 달았다.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나무 막대만 남은걸 짜증이 넘쳐 질겅질겅 씹었다. 그냥 첨부터 이렇게 먹을껄. 괜히 염병을 떨어 가지고... "그만 좀 해라." "......" "...오늘은." 씨발, 좆같아. 찌질하게 덧붙인 뒷말에 쪽팔려 혀깨물고 죽고 싶었다. 숙소로 들어갔더니 이재현이 아픈 줄 아는 멤버들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형, 괜찮아? 어디가 안좋은데? 거실에서 선우와 게임중이던 영재가 튀어와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냐, 아냐. 그냥 잠깐 당 떨어져서 어질어질 한 거야. 괜찮아. 와플을 씹던 학년이와 영재 사이에 끼어 앉으니 꼭 방패막을 둘둘 두른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 학년아 이거 다 먹어라. 입 안 가득 남은 초코맛 덕에 더 이상 단 걸 물기 싫어진 재현이 봉지를 떠넘겼다. 아싸아. 학년이가 쾌재를 부르며 봉투 속을 뒤지는 걸 쳐다만 보다가 영재가 손에 쥐고 있던 와플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얼굴 옆으로 이주연 시선이 느껴졌지만 철저히 무시했다. 씻고 나온 김영훈이 또 호들갑을 떨었다. 어디가 아파? 전화는 왜 이렇게 안 받아? 열 나? 축축한 손이 이마를 까뒤집고 열을 쟀다. 아, 진짜 제발. 나 괜찮아. 재현은 슬슬 웃으며 김영훈을 떼어냈다. 이주연은 그새 방으로 들어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 날 이후 며칠 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예상 외였다. 굳이 달라진 걸 꼽자면, 이주연보다는 이재현 쪽이었다. 캥기는 게 있으니까 갑자기 풀이 죽었다고 해야 하나. 당연히 먼저 시비 터는 건 꿈도 못 꿨고, 이주연 있으면 슬슬 내빼던 버릇도 이제는 걍 어정쩡하게 끼어 같이 했다. 워낙 끈질기게 쳐다봐서 이주연이 건넨 주스도 결국 걔가 보는 앞에서 다 마셨다. 이주연이 하도 돌덩이처럼 반응이 없으니 전부 꿈처럼 느껴졌다. 그게 정말 실제로 있었던 일이 맞긴 한 건가. 내가 리얼한 꿈을 꾼 게 아닌가. 그러다 종종 끝도 없이 캄캄해지는 걔 눈을 보고 꿈이 아닌 걸 알았다. 저 개눈깔은 실화다. 순두부 마냥 말랑말랑하던 이주연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재현을 그렇게 볼 이유가 없었다. 너 왜 이렇게 변했니? 과정이야 어쨌든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멤버들은 이주연과 이재현이 화해를 했다고 생각했다. 완전히 예전처럼 돌아간 건 아니어도 그럭저럭 어울렸고 크게 분위기를 흐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에 무리는 없었다. 좀 더 파이팅이 붙은 분위기에 이재현은 안무 연습과 모니터링에만 집중하려 애썼다. 가끔 헐렁한 거 입고 줄줄 땀 흘리는 이주연 좀 훔쳐 보면서... 문제는 이미 개발된 제 취향이었다. 부주의했던 흔적들이 전부 사라질 때까지 이재현은 꽤 긴 시간을 참았더랬다. 그러나 한 번 눈 뜬 취향에 후진이란 없었다. 최대한 흔적이 남지 않을 방법을 고민했다. 부드러운 천으로 압박하거나, 스스로 목을 조르는 식으로 갈증을 채웠다. 물론 그 정도론 온전히 채워지질 않아 늘 부족함에 허덕였다. 그러나 그 끝모를 갈증이 어느 정도로 채워질 깊이인 줄 몰랐고, 그게 온전히 해소될 수 있는 욕구인지도 몰랐다. 확실한 건, 그게 점점 더 쎈 자극을 원한다는 거였다. 이재현에겐 이미 오래 전의 기억이었다. 걜 좋아하긴 했지만 여전히 가족처럼 아끼는 마음도 공존했다. 이주연은 모든 걸 잊은 것처럼 이재현을 대했고, 이재현도 점점 감을 잃고 텐션이 오르면 방송 중엔 허물 없이 이주연을 와락 끌어안기도 했다. 그러다 번뜩 정신이 들면 눈을 피한 채 어색하게 이주연을 밀어냈다. 이주연은 가만히 안겨 절대로 이재현 눈을 피하는 법이 없었다. 뭐, 뭐야. 액정 스크롤을 죽죽 내리며 양치를 하던 이재현은 갑자기 밀고 들어온 이주연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입 안 가득 하얀 거품이 보글보글 일어 세면대에 퉤 뱉어내고 다시 좁은 욕실에 밀고 들어온 이주연을 돌아봤다. 저 쪽에 치약 다 떨어져서요. 덤덤하게 이재현에 슬쩍 밀착한 주연이 들고 온 제 칫솔에 치약을 조금 짜냈다. 씨발, 씨발. 이재현은 갑자기 잇몸이 다 까지게 폭풍같은 양치를 시작했다. 그걸 보자 이주연이 픽 웃었다. 비웃든 말든 상관없었다. 지금 이재현 대가리엔 빨리 이 비좁은 곳을 빠져나갈 생각 뿐이었다. 혀까지 싹싹 닦아내고 입을 헹궜다. 젖은 입가를 손등으로 누르며 이재현은 다급하게 욕실을 빠져나가려 했다. 이주연이 이재현의 어깨를 꽉 붙들었다. 이주연이 문에 등을 붙이고 선 채 옅게 눈웃음을 쳤다. 칫솔을 문 채 등 뒤로 손을 뻗어 달칵 문을 잠갔다. 손 끝이 차가워졌다. 불길함에 심박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슬슬 재현을 뒤로 밀더니 갑자기 허리를 꽉 감아 안았다. 허억. 이재현은 그대로 놀라 숨을 멈췄다. 의도가 있다기 보단 이재현의 반응을 즐기는 것 같았다. 미세한 표정 변화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것처럼, 재현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싶은데 너무 가까워 그게 맘대로 되질 않았다. 옆에다 끼고 양치를 하던 이주연은 팔을 풀고 재현의 손목을 꽉 잡았다. 절대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처럼. 한 손에 꽉 잡힌 손목이 시큰했다. 덕분에 어정쩡하게 붙잡혀 입을 헹구는 이주연을 지켜봤다. 그 동안 걔랑 있었던 찐득찐득한 기억들이 눅눅하게 머릿 속에 맴돌았다. 늦은 시간이었다. 숙소는 고요했다. 이재현이 거의 마지막 차례였으니까, 다른 멤버들은 이미 다 씻고 대부분 잠에 든 상태였다. 밖에서 이따금씩 달칵거리는 게임기 소리에 예민하게 청각이 곤두섰다.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선우를 제외하면 아마 모두 제 침대 위일 것이다. 양치를 끝낸 이주연이 목소리를 잔뜩 낮추고 재현의 귀에 속삭였다. 형이 절 그렇게 쳐다볼 때 좋더라구요. 상쾌한 민트 향이 재현의 입에서 나는 것과 같았다. 간질간질한 속삭임에 재현이 목을 뒤로 확 빼고 귀를 막았다. 내가 뭘 어떻게 봤는데... 흔들리는 눈으로 이주연을 마주봤다. 빛이 반사되지 않는 주연의 눈이 위험해 보였다. 이재현 머리통 붙잡고 좆 쳐박던 그 새끼였다. 숨이 확 막혔다. 시선이 지난 자리마다 전부 소름이 피었다. 어깨를 확 누르는 힘에 뭘 원하는지 알아차렸다. 결국 힘을 풀고 무릎을 꿇었다. 굴욕감과 무력감이 무겁게 이재현을 짓눌렀다. 욕조 끝에 걸터앉은 주연이 꿇려진 재현의 단단한 허벅지를 지그시 밟아 눌렀다. 꼭 이렇게 날 짓밟고 싶은 걸 티를 내냐. 그냥 빨리 끝내고 싶었다. 시간 끌수록 선우의 의심만 살 테고, 소리야 어떻게든 죽을 각오로 참으면 되니까. 성급하게 주연의 바지를 끌어 내리려다 큰 손에 턱이 잡혔다. 입술 틈을 비집고 들어온 굵은 손가락 두 개가 혀를 짓이겼다. "형은 그냥 내가 주는 대로 먹어요." 귓가에 붙은 입술이 느긋하게 말했다. 목 위로 확확 열이 치솟았다. 손가락에 꿀이라도 발라진 것처럼 혀를 굴렸다. 입 속에 꽉 차는 손가락을 쪽쪽 빨면서 툭 튀어나온 굵은 마디를 이로 살살 긁었다. 턱을 단단히 고정한 두터운 엄지와 새끼 손가락이 뼈를 아프게 짓눌렀다. 자꾸만 아래로 떨어지려는 고개를 단단히 잡아올려 눈을 맞추게 했다. 꿰뚫리는 눈빛에 정신도 뚫리는 것 같다. 질척질척한 소리에 주연이 샤워기를 틀어 소음을 만들어 냈다. 입이 벌어진 채 앞 뒤로 슬슬 넣었다 빠지는 손가락을 빨고 있자니 자꾸만 눈이 풀렸다. 이주연이 그런 이재현을 가만히 내려다 봤다. 도대체 이게 뭐지... 다물어지지 않은 입에서 침이 줄줄 흘렀고, 차가운 타일 바닥 위 꿇려진 다리가 뻣뻣하게 굳어지고 있었다. 섹스하는 것도 아닌데 그보다 더한 걸 하는 것 같았다. 살갗 위에 온통 날카롭게 이주연의 흔적이 새겨지는 기분이었다. 달라진 서열을 각인시키는, 일종의 폭력이었다. 철저히 밟아 누르고, 손 안에 쥐고 맘껏 흔들 수 있는 장난감. 그게 이재현이라고. 이 짓을 도대체 언제까지 해야 하지. 언제쯤 이주연이 만족할 지 알 수 없었다. 차라리 좆이라도 물면 언제까지 해야 할 지 확실할 텐데, 겨우 손가락 물고 좆 빠는 것처럼 정성스럽게 빨아주고 있자니 자꾸 현타가 왔다. 그게 정확히 이주연의 의도였겠지만. 눈을 치뜨고 재현은 손가락을 목 끝까지 깊숙히 넣었다. 아까부터 거슬리던 스틸 반지를 이를 세워 살살 빼냈다. 입 속에 굴러다니는 두꺼운 반지에서 쇠맛이 났다. 손바닥 위에 뱉어냈다. 이번엔 이재현이 먼저 이주연의 손목을 붙들고 거슬릴 게 없는 손가락 사이로 진득하게 혀를 굴렸다. 머리칼이 잡혀 고개가 뒤로 확 젖혀졌다. 눈에다 새겨 넣고 싶은 것처럼 이재현을 관찰했다. 꼴리면 입술이라도 박아주던지, 개새끼야. 울컥 올라온 뜨거운 걸 꿀꺽 삼켜내며 날을 세워 바짝 노려봤다. 더 쳐박힐 바닥도 없으니 오히려 과감해졌다. 혀를 당겼다가 꾹꾹 누르는 못된 손가락에 확 달려들어 덥썩 물었다. 움직이지 못하게 압력을 꽉 넣어 쪽쪽 빨았다. 딱 물줄기 소리에 묻힐 만큼 목구멍 속에서 적당히 야한 소리도 슬슬 흘렸다. 우웅, 흐으... 대충 그런 음절로 숨이 끊어졌다. 의도는 없었지만 적당히 비음도 섞였다. 손가락이 세 개로 늘어나자 입가가 버겁게 벌어졌다. 타액으로 미끌미끌한 얇은 입술 위를 두터운 엄지가 천천히 쓸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재현 입장에선 그다지 나쁠 거 없었다. 자세가 좀 좆같았지만, 사실 좀 꼴렸다. 그 손에 바란 건 화끈하게 제 뺨이나 엉덩일 쳐주는 거였지만, 상상만 하던 툭툭 불거진 핏대 위를 원없이 물고 빠는 것도 하다 보니 묘하게 흥분됐다. 딱딱하게 발기한 좆이 쫀쫀한 드로즈 안에서 갑갑하게 짓눌렸다. 방금 저도 몰랐던 취향을 또 하나 알아버렸다. 이주연의 손이 확 빠졌다. 하악, 하아... 이재현이 달아오른 얼굴로 침을 질질 흘리며 헥헥댔다. 허벅지를 밟아 누르던 커다란 발이 벌어진 무릎 사이로 들어와 부푼 중심을 은근하게 문질렀다. 흐, 읏... 수치심에 얼굴이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좋아요? 짓무른 손을 대충 탈탈 털어낸 주연이 낮게 물었다. 이재현은 대답 없이 고개를 틀고 할딱였다. 얘랑 지금 뭐하는 거지. 등줄기가 오싹오싹 했다. 소름이 확 돋았다. 잘못 걸린 것 같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확 일어서려다 저릿저릿한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엉성하게 몸을 들썩인 꼴만 되었다. 앉아, 재현아. 아까보다 무게가 실린 발이 허벅지를 밟았다. 니가 좋아하는 거 먹여줄 테니까... 바지를 살짝 끌어내린 주연이 탱탱하게 부푼 좆을 꺼냈다. 지도 좋으면서 왜 나한테만 지랄이야. 이재현은 받은 거 하나 없이 세웠단 생각은 못하고 이주연을 탓했다. 한 번 봤었지만 또 봐도 낯선 크기에 침을 삼켰다. 존나 힘든데 저걸 또 빨아야 하나. 쳐넣으면 또 하기야 하겠지만... 진한 살냄새가 코 끝으로 훅 파고들었다. 입술을 꾹꾹 눌러대는 좆에 재현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주연의 입꼬리가 만족스럽게 당겨졌다. 본인은 아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재현은 존나 야했다. 벌어진 입에다 아슬하게 귀두를 물려두고 재현의 침으로 흥건한 손으로 기둥을 슬슬 쓸었다. 입에다 물리고 콱콱 쳐박는 것도 좋겠지만, 정액을 싸질러 줄 때까지 입을 헤 벌리고 기다리는 야한 얼굴을 보는 것도 꽤 괜찮았다. 탁탁 쳐대는 손이 이따금씩 조금 엇나갔다. 말랑한 좆이 재현의 뺨을 툭툭 쳐댔다. 조금은 고의적으로 뺨에다 뜨끈한 기둥을 슬슬 부볐다. 눈 밑이 조금 떨렸을 뿐 이재현은 그걸 가만히 받았다. 주연은 이 쯤 되니 좀 헷갈렸다. 그 비밀인지 뭔지를 지켜달란 구실로 꾹 참는 건지, 사실은 그렇게 다 받아내는 게 적성에 맞았던 건지. 어느 쪽이든 존나 꼴렸다. 살면서 그만큼 흥분한 적이 없었다. 처음 볼 때부터 예쁘다 생각했던 눈망울이 고분고분 발 밑에 꿇어 앉아 시키는 대로 다 했다. 이를 꽉 물었다. 주연의 손짓이 빨라졌다. 아프게 부푼 재현의 중심으로 주연의 발목이 딱 붙어 은근하게 그 위를 지분거렸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꾹꾹 참아 누르던 재현은 결국 바지를 내리고 제 좆을 꺼냈다. 아프게 발기한 걸 꽉 잡고 흔들었다. 빡빡한 생살을 마구 흔들며 잔뜩 흥분해 저절로 허리가 들썩였다. 맨들맨들한 주연의 발목에다 슬쩍슬쩍 허리를 흔들며 제 좆을 비볐다. 완전히 패배한 기분인데 그게 더욱 재현을 흥분시켰다. 하, 씹... 오싹오싹한 쾌감에 벌어진 입에서 뜨거운 숨이 퍼졌다. 터질 듯한 열기가 물려진 이주연 좆을 달궜다. "손 줘봐요." 열감이 가득한 습한 목소리로 주연이 말했다. 덜덜 떨며 내민 재현의 손이 뒤집혔다. 주연이 펼쳐진 재현의 손바닥에 길게 침을 뱉었다. 머리가 어떻게 돌아버렸는지 굴욕적이기 보단 그냥 존나게 꼴렸다. 빡빡한 제 좆에 이주연이 뱉어준 미끌미끌한 침을 발랐다. 다시 주연의 발목에 제 좆을 문대며 슬슬 허리를 돌렸다. 모든 상황이 머리를 터트릴 만큼 자극적이라 재현은 금새 허리를 바짝 세우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주연의 발목을 타고 찐득한 우유빛 정액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잠깐 쾌감에 젖어 초점이 나간 재현의 고개가 확 제껴졌다. 혹시라도 눈에 튈까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물컹한 정액이 입 속에 죽죽 뿜어졌다. 뾰족하게 혀를 세워 갈라진 틈을 살짝 핥아 올렸다. 머리칼을 움켜진 손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갔다. 사정을 끝내자 주연의 손이 풀렸다. 비릿한 맛이 확 올라와 이번엔 참아볼 새도 없이 구역질을 했다. 입술을 타고 타일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지는 희뿌연 정액에 재현이 입 속에 남은 잔여물을 죄 끌어모아 침을 탁 뱉었다. 힘겹게 들썩이는 가슴팍이 진정될 때까지 주연과 재현은 잠시 숨을 골랐다. "같이 씻을래요?" "...미쳤냐? 빨리 나가." 고작 같이 씻자는 말에 파들대는 꼴이 우습다. 그보다 몇 배는 더한 걸 해놓고, 자각이 없는지 모르는 척 하는 건지. "또 하고 싶으면 말해요." 뭘 또 해. 미쳤다고, 내가... 박살난 자존심에 이재현이 파르르 떨었다. 이재현이 한 거라곤 한 살 어린 동생 밑에 강압적으로 꿇려져서 손도 빨고 좆도 빤 게 다였다. 받은 건 하나도 없이 굴욕적이기만 했는데, 이주연은 이재현이 또 하고 싶어할 거라 생각하는 게 이재현의 자존심에 사정없이 스크래치를 냈다. 정액이 허옇게 튄 발목을 대충 물로 흘려 보내고 주연은 후끈후끈한 욕실을 나갔다. 심장이 멋대로 뛰었다. 뭐지. 대체 뭔데. 내가... 아니, 우리 지금 뭐한거지. 입술을 부빈 것도 아니고, 평범한 섹스를 한 것도 아니었다. 묘하게 긁히지 않던 가려운 부분이 전부 해소된 기분에 개운하고 머리가 맑았다. 넌 내가 왜 그딴 걸 또 하고 싶어할 거라 생각해. 왜, 왜... 열이 오른 뺨을 진정시키기 위해 양 손바닥을 붙여 꾹꾹 눌렀다. 정신 차려, 이재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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