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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요." 주연의 뻔뻔한 요구에 재현이 조용히 웃었다. "너 진짜..." 재현이 적당한 말을 고르며 아랫입술을 축였다. "...변태 같다." 주연은 대답 대신 입술을 꾹 물었다. 이건 내 탓이 아니야. 주연은 마음 속으로 재현을 책망한다. 재현은 순순하게 옷을 물었다. 이 청순한 얼굴을 무너트릴 수 있다면, 누구라도 그럴 거라고 자위했다. 혀를 세워 젖꼭지 주변을 할짝댔다. 유륜을 둥글리다 혀 끝으로 세심하게 돌기를 쓰다듬었다. 별다른 소리는 내지 않았으나 재현의 손이 쭈욱 펴졌다 오므라들었다. 혀를 넓게 펴 핥아 올렸다. 혓바닥에 뾰족한 젖꼭지가 걸렸다. 몇 번 핥아주자 힘을 받아 단단하게 발기했다. 문득 얼굴이 궁금해 입술을 떼었다. 재현은 여전히 착실하게 옷을 물고 있다. 눈가가 축축했다. 별것 아닌 주연의 말을 잘 들어주는 재현이 좋았다. 손톱을 세워 촉촉한 돌기를 살살 긁었다. 재현은 눈을 감았다. 표정을 숨기기 위해서. 그러나 밀착한 허벅지로 단단해지는 성기를 느꼈다. 단지 눈을 감는 것으론 숨을 수 없는 자극을 주고 싶어진다. 엄지로 발딱 선 젖꼭지를 살살 둥글리다가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비틀었다. 노골적인 손길에 재현의 목울대가 크게 울렁였다. 썩 맘에 들지는 않았다. 재현은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을 극도로 꺼렸고, 수세에 몰리면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감는다. 잘 알고 있는 재현의 성가신 본능이다. 얼굴 보고 싶어. 재현의 꼭 감은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눈 감지 말라고 할까. 과연 들어주려나. 그럼 주연의 말을 듣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지. 벌을 줄까. 어떻게? 무슨 명분으로? 재현이 그걸 납득할지 의문이다. 우연스럽게 재현에게 피학적 성향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나 명령에 복종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살짝 열린 문틈. 주연은 숨죽였고, 재현의 이면을 훔쳐봤다. 두 번이나. 본래 재현은 꾸밈이 없고 솔직하여 비밀같은 음습함과 어울리지 않았다. 있다 해도 줄줄 흘렸다. 그걸 본인은 꼭꼭 숨겼다 생각하니, 주연도 함께 적당히 덮었다. 도무지 조심성이 없고 자신을 포장하는 법 따위 몰랐다. 그 자체로 반짝거리며, 빛과 열기를 발산하는 태양에 비유하는 쪽이 가장 근접하다. 재현이 스스로를 학대하는 장면은 며칠 동안이나 주연을 괴롭혔다. 그 후 주연은 그에 관해 공부했다. 공부라고 해봐야 전문 서적 탐독하는 학문 연구까지는 당연히 아니고. 이게 맞나 싶은 단어로 검색하면 영양가 없는 지식인 답변이나 보고 뭐 그 정도? 그것도 며칠 파고드니까 진짜 정보가 나오긴 했다. 어쨌든 재현은 고통을 받으면 좀 더 흥분하는 거 같기는 했다. 피학적 성향과 피지배 성향은 다르댔다. 그런데 평소 관계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명령을 내리고 누군가를 부리는 건 재현 쪽이었다. 몸 좀 붙었다고 이걸 단번에 뒤집는 게 쉽지는 않았다. 결론적으로 재현이 주연의 명령에 충실하게 복종해줄 지는 의문이다. 약점 좀 잡았다는 비겁한 핑계로 주연이 잠깐 그런 짓을 하기는 했지만... 상황은 변했다. 이제 재현과 강압적 관계가 아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럴 마음도 들지 않았다. 주연이 조금 복잡한 머리로 재현의 바지 속에 손을 넣었다. 편하게 입은 트레이닝복 바지는 주연의 큰 손이 침투하기도 쉬웠다. 돌연 재현이 불안한 기색으로 번쩍 눈떴다. 시선이 붙은 채로 주연이 속옷까지 잡아 내렸다. 비협조적일 것 같던 재현은 순순하게 엉덩이를 들어 도왔다. 하의를 벗겨낸 뒤 다리 사이로 머리를 넣었다. 재현은 등 뒤로 손을 짚어 상체를 세운다. 다리 사이로 들어온 주연을 내려 봤다. 뭘 하려는지 무척 궁금한 눈치다. 주연은 양쪽 허벅지를 잡아 살짝 끌어 내린다. 자리를 잡았다. 손바닥으로 부드러운 피부가 느껴졌다. 감촉이 좋아 허벅지 안쪽을 천천히 쓸었다. 간지러운지 이불자락을 움켜쥔 재현의 손이 꾸물거렸다. 주연이 반쯤 일어선 성기를 손으로 감쌌다. 지나치게 뜨거웠다. 눈앞에서 발기한 좆이 꿈틀거렸다. 귀여워. 잔뜩 긴장한 게 보였다. 사탕을 녹여 먹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빨아주고 싶다. 뜨끈한 귀두에다 짧게 입 맞췄다. 형은 여기도 부드럽네. 그런 생각이나 했다. 진한 체향을 깊게 들이마셨다. 어떤 저항감도 없었다. 더 애태울 수도 있지만 주연의 마음이 급했다. 끄덕거리는 좆을 단번에 뿌리까지 삼켰다. 흐윽. 조용하던 재현의 입에서 살짝 소리가 샜다.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횟수로 재현과 이런저런 짓들을 했지만, 주연이 이걸 입에 넣고 빨아보기는 처음이었다. 싫어서 그런 건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왜 그렇게 못되게 굴었을까? 스스로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지난 시간을 속죄하며 주연을 열심히 혀를 굴렸다. 아무 대가도 없이 일방적으로 헌신하는 포지션도 꽤 괜찮았다. 온전히 충실해지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최대한 입 안 공간을 없애 틈 없이 좆을 물었다. 잘하고 싶어. 조바심이 났다. 반응이 궁금해 살짝 눈을 들어 얼굴을 살폈다. 재현은 입술을 짓씹으며 소리를 참고 있었다. 살짝 내리깔린 시선과 잠시 맞닿았다. 꿈에서나 보던 그 야한 얼굴에 뒷골이 쭉 당겼다. 눈을 내리고 입 안에서 착실하게 부피를 키우는 성기에 열중했다. 여린 살이 치아에 긁히지 않도록 조심하며 볼이 패이게 빨았다. 이따금씩 공기가 빠지며 노골적인 소리가 났다. 길게 떨어진 상의 자락이 방해되었다. 주연이 옷 속으로 깊게 파고들어 밑단을 걷어 올렸다. 재현이 알아 듣고는 빠르게 옷을 벗어 던졌다. 성감에 취한 손이 주연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손길은 일정하지 않다. 감각에 집중할 때는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딱딱해진 성기 끄트머리가 볼을 쿡쿡 찔러댔다. 그때마다 주연은 핏줄이 돋은 기둥 위로 혀를 감싸며 치아에 닿지 않도록 신경 썼다. 재현은 곧 사정할 것 같으면서도 지속 시간이 길다. 여전히 최선을 다해 집중하고는 있지만 슬슬 턱이 뻐근했다. 몇 분이나 쉬지 않고 좆을 빨았더니 머리까지 조금 아파졌다. 잠깐이라도 부족한 산소를 채워넣기 위해 주연이 살짝 입을 떨어트렸다. 입술 끝으로 선액이 늘어졌다. 이거 되게 지치는 거였구나. 주연이 달아오른 얼굴로 재현을 올려 봤다. 군소리 없이 주연을 받아준 재현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재현이 반들거리는 주연의 입술을 엄지로 쓸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다시 할만해져서 머리를 내렸다. 주연의 뒷머리를 느긋하게 쓸던 재현의 손에 점차 힘이 실렸다. 거친 체모에 코 끝이 쓸렸다. 재현이 얼마나 멋대로 굴든 주연은 무조건적으로 받아줄 작정이다. 목 끝까지 찔리자 참을 수 없게 쿨럭쿨럭 기침이 터졌다. 그래도 재현의 손은 풀리지 않았다. 주연은 최대한 코로 숨 쉬며 목구멍을 활짝 열었다. 매끄럽고 둥근 귀두가 반복적으로 목젖을 쳐댔다. 아, 씹. 재현이 작은 소리로 알아듣기 힘든 욕을 했다. 드디어 사정하려나 싶어 주연은 양 허벅지를 꽉 붙들었다. 재현이 당황한 듯 주연의 어깨를 쳤다. "야, 야. 빼... 빼라고 미친. 나 쌀 거 같아... 주연아." 주연이 뿌리 부근을 진득하게 핥아주자 재현의 손톱이 어깨에 박혔다. 아, 아. 미성의 짧은 탄성. 구강 속 자지가 꿈틀거렸다. 물컹한 정액이 머금을 새도 없이 식도로 넘어갔다. 두어 번 억지로 삼켰는데도 목구멍에 달라붙어 쩍쩍 늘어졌다. 그다지 유쾌한 맛과 식감이 아닌데도 몹시 만족스럽다. 불쾌감을 유발하는 끈끈한 액은 그대로 위장으로 미끄러져 주연의 일부가 될 것이다. 찝찝함과 황홀함이 뒤섞인다. 잔여물이 흐르지 않도록 깔끔하게 빨아준 뒤 머리를 들었다. 재현은 달아오른 얼굴로 주연을 마주 봤다. 입술이 살짝 벌어져 있다. 약간의 침묵. "...앞으론 저도 해줄게요." 주연이 입을 닦으며 말했다. 안압이 올라 살짝 피로했다. 잠시 눈을 꾹 감았다. 감은 눈 위로 눈알을 문질렀다. 다시 열린 시야에는 뭔가 망설이는 듯한 재현이 있다. 입술을 달싹이며 어물거리다 결국 입을 뗐다. "...너는?" 너른 가슴이 미약하게 들썩였다. 촉촉해진 눈이 주연의 아랫도리 사정을 훔쳐보고 있다. 미안한 기운이 가득이다. 고작 이 한 번으로 상쇄할 수 없는 것 투성인데도, 재현은 이미 다 잊은 듯했다. "해줄게." 낯뜨거운 제안을 재현은 씩씩하게 말했다. "오늘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주연이 거절했다고 생각했는지 재현의 눈이 흔들렸다. "왜?" 주연은 조용히 입 안 살을 씹었다. 말을 고르는 사이 재현이 되물었다. "...나 못하냐?" 그 한 마디에 머리가 지끈 울렸다. 어떻게 매번 더 사랑스러워 지는 걸까... 이미 사랑은 담뿍 담아 태어난 얼굴을 하고선. "엎드려요." 주연이 나직하게 명했다. 재현이 떫게 웃었다. 약간 뭐랄까.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 뭐라 따져 물을 줄 알았는데 별다른 내색 없이 순순하게 자세를 뒤집었다. 주연이 들어올 자리를 만들어둔 다리 사이를 툭툭 쳐 허벅지를 붙이게 만들었다. "뭐 하는 건데..." 짧은 틈에 수줍어진 재현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간다. 주연은 그 뒤에 무릎을 벌려 자리를 잡았다. 손을 쫙 펴자 둔부가 다 잡혔다. 부드러운 감촉이 좋아 조금 쓸어보다 주물거렸다. 재현이 이불에 얼굴을 파묻었다. 하얀 등을 보며 으득 이를 갈았다. 아 존나 꼴린다. 딱히 뭘 하지도 않았는데 좆이 바짝바짝 섰다. 그냥 이대로 끝까지 밀어붙일까. 나름의 다짐에 쩍쩍 금이 갔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이전처럼 험하게 굴어 상처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본능을 눌렀다. 팔에 걸린 샤워 가운을 젖혔다. 방이 워낙 고요해 이불 위로 가운이 떨어지는 소리가 주연의 귀에도 들렸다. 엉덩이 골에다 배꼽까지 올라붙은 좆을 슬슬 문질렀다. 별다른 행위 없이도 솜털이 바짝 설만큼 자극적이다. 재현은 완전히 얼어붙어 숨까지 참았다. 그렇게 긴장 안 해도 되는데. 재현이 볼 수 없는 틈에 주연은 몰래 웃었다. 엉덩이를 살짝 잡아 벌리자 조밀한 살점이 벌어진다. 조금 놀려주고 싶어졌다. 주연은 거기다 팽창한 귀두를 꾸욱 눌렀다. 살이 짓눌리는 느낌이 좋았다. 어차피 이 상태로 삽입은 불가능했다. 노골적인 주연의 허리 짓에 재현이 겁을 집어먹은 듯했다. 유지되던 자세가 흐트러지더니 풀썩 엎어진다. 재현이 고개를 돌려 주연의 얼굴을 살폈다. 꼭 터질 것처럼 새빨갛다. 얼마나 뜨거운지 만져보고 싶었다. 재현의 입이 열렸다. "...야." 눈이 흔들렸다. 주연은 가만히 눈을 깜빡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거... 넣을 거야?" 얼마나 어렵게 꺼낸 말일까... 주연은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걸 억눌렀다. 대답은 정해져 있는데도 괜히 망설였다. "아니, 할 거면 그냥 하고... 이상한 것 좀 하지 마..." 생각보다도 손이 먼저 나갔다. 재현의 양 뺨이 지나치게 뜨겁다. 재현의 얼굴을 감싸 쥔 채로 짧게 입 맞췄다. 미치겠다. 그냥 하라는 건 뭐지. 애태우지 말고 곧장 삽입하라는 뜻? "...이상한 거?" 묻고 싶은 게 많은데도 멍하니 재현을 말을 따라 하는 게 고작이다. 재현은 구체적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아 보였다. 어물쩍 주연의 말을 묵살했다. "...근데 왜 나한테 넣어? 이거 언제부터 정해졌냐? 시발... 너무 아플 거 같은데..." 재현이 투덜거렸다. 주연은 크게 웃지 않기 위해 숨을 참았다. 갈비뼈가 뻐근할 지경이다. 입꼬리가 당겨지는 것 까지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몸을 꼭 붙여 재현을 끌어안았다. 따끈한 체온이 나눠지자 딱딱하게 굳었던 재현의 몸이 조금 풀어졌다. 주연이 귀 끝을 살짝 물었다. 귓바퀴로 따끔하게 송곳니가 박히자 재현이 움찔 떨었다. 형 아픈 거 좋아하잖아. 누가 엿들을 수도 없는데 주연은 비밀스럽게 속삭였다. 재현이 반박하지 못하고 이불만 구겼다. 씨발 내 말은... 너무 커서... 존나 아플 거 같다고... 재현은 그 말이 쪽팔린 지 다시 이불에다 얼굴을 파묻었다. 너무 귀엽지만 주연은 그 쯤 하기로 했다. 안 해요. 재현이 꽁꽁 감췄던 얼굴을 들었다. 안 해? 주연이 고갤 끄덕였다. 지금은 좀. 콘돔도 없고. 재현이 이해했다는 듯 아하 따위의 소릴 내다가 말을 이었다. 나 있는데. 내 방에. 주연은 침묵했다. 어쩌라는 거지. 머리가 핑 돌았다. 그게 왜 있고 왜 챙겨 다니는데. 그 말은 왜 해주는 거지. 가슴이 토할 듯 울렁거렸다. "뒤에 풀지도 않았잖아. 준비도 안됐고... 비행시간도 길어서 형 힘들어." 주연 나름의 배려였다. 이렇게 급하게 일을 치루기보다는 재현이 완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때 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재현은 안심한 얼굴로 그제야 조금 웃었다. 근데 너 왜 이렇게 잘 알아? 남자랑 해봤냐. 순수한 재현의 호기심에 주연이 얼굴을 찡그렸다. 형 때문에 공부한 건데. 재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지워졌다. 순식간에 장난스럽던 분위기가 가시고 공기가 더워졌다. "허리 세워. 하던 거 마저 하게..." 재현은 아무 말 없이 다시 자세를 잡았다. 주연은 호텔에 비치된 로션 통을 가지고 돌아왔다. 손바닥 가득 짜냈다. 그걸 성기에 치덕치덕 발랐다. 살짝 힘이 빠진 살기둥에 손으로 자극을 주자 조금씩 일어섰다. 가깝게 붙은 주연이 살짝 구멍을 잡아 벌렸다. 그 위에다 느긋하게 좆을 뭉갰다. 매끄러운 윤활유로 코팅되어 척척한 소리가 났다. 삽입하지 않는다고 확답을 들었는데도 재현은 다시 긴장해 얼었다. 재현의 긴장감을 즐기며 주연은 성기를 끝까지 세웠다. 틈 없이 붙은 허벅지 사이에다 성기를 쑤셔 박았다. 살이 마찰하는 느낌이 좋았다. 계속 붙이고 있어요. 나긋한 부탁은 어길 수 없는 명령이 되어 재현을 구속한다. 천천히 움직이던 주연이 점점 거칠게 허리를 쳐댔다. 재현의 몸이 다 흔들리도록 강하게 들이박았다. 찰박찰박. 반복적으로 살이 붙는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단단한 허벅지가 성기를 적당한 감도로 압박했다. 진짜로 하고 싶어. 넣고 싶어. 욕심을 누르며 매끈한 등줄기를 길게 핥았다. 주연이 자세를 고쳐 잡으며 두 손으로 허리를 감쌌다. 재현은 야한 얼굴로 입을 꾹 닫고 인형처럼 굴었다. 성욕이 끓었다. 뱃속까지 뚫리게 처박아주고 싶다. 그럼 저 입이 열리려나. 머리칼을 확 잡아당겨 배려 없이 좆을 물리고 싶다. 폭력적인 충동에 몰두하며 주연이 빠르게 움직였다. 앞으로 손을 뻗어 제 것을 쥐고 급하게 손목을 털었다. 농도가 진한 정액이 벗어둔 가운 위로 뚝뚝 떨어졌다. 재현의 목덜미로 거친 숨을 쏟아냈다. 사정을 끝낸 주연이 천천히 물러났다. 잔여물이 허벅지에 붙어 늘어졌다. 간접등을 켜자 다리 사이로 희멀건 사출액이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다. 쓸린 자리가 붉다. 다시 뱃속이 꼬이려는 걸 꾹 눌렀다. 주연은 더러워진 가운을 치우고 재현을 끌어안았다. 벅찬 기분을 오래 즐기고 싶었다. 재현은 자꾸만 슬슬 내뺐다. 최면이 풀려 허둥대는 사람처럼 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연은 이제 순순하게 재현을 놔줄 생각이 없다. 과할 정도로 힘을 실어 허리를 감았다. 결국 재현은 포기하고 나른하게 머리를 기댔다. "이제 어떡하냐..." "뭐가요." "뭐긴 뭐야." 그야 당연히... 이후 재현의 말이 툭 끊긴다. 주연도 아무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었다. 재현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도 적당히 알았다. 관계의 정립. 독점적 성애의 시작. 불확실한 요소의 제거. 재현과 나눠야 할 말도 많았다. 그러나 주연은 조금 더 이 순간에 열중하고 싶었다. 재현은 걱정이 많았다. 그걸 티 내지 않고 속으로 삭히는 타입이라 늘 말쑥해 보일 뿐. 주연도 한때는 그 생각에 매몰되어 함께 침몰했다. 이제 주연은 뭍으로 나왔고, 다시는 수심 아래로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나 형이 너무 좋아." 떠오른 생각을 즉시 뱉었다. 이 감정의 시작은 재현이었지만, 주연은 시발점 따위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감정을 알게 해준 재현이 고마웠다. 재현은 묵묵하게 눈을 깜빡였다. 오똑한 코의 절반에 그림자가 진다. "너 그런 말 되게 잘한다." 재현은 유연하게 대답을 회피한다. 주연은 조금 얄미워 눈썹을 까딱였다. "난 잘 못하겠어." "괜찮아요." "진짜?" "하고 싶을 때 해." 사실 좀 열받았다. 티는 내지 않았다. 질렸나. 하긴 그때에서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평범한 연애를 했대도 볼 장 다 보고 헤어질 수 있는 시간. 내내 함께하니 자연스럽게 마음이 닳았을지도. 실은 정말로 주연을 사랑했는지도 의문이다. 단순히 발정하는 게 전부인 건 아닐까. 그걸 사랑으로 착각해 고백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재현의 마음속에 들어갈 수 없으니 알 수가 없다. 재현은 헷갈리게 하는 타입이 아니다. 그런데 늘 주연에게만은 예외였다.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고, 오해가 쌓인다는 걸 재현이 모를 리도 없다. 그런데도 말을 아낀다. 주연이 쉬운 상대거나,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거나, 그 마음이 없거나. 마음에 없는 말은 잘 하지 못하니 말을 아끼는 쪽을 택한 걸까. 정말 남은 게 몸정이 전부라면, 그게 주연이 붙들 수 있는 전부였다. 아주 깊은 착각을 하도록 만들고 싶다. 정말이지 다른 생각은 할 수도 없게, 사랑이라고 믿을 수 밖에 없도록... 주연은 이 수려한 남자를 취하고 싶어 안달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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